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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다시보는 일본, 일본인'... 대지진에도 의연, 줄서기로 압축된 신뢰 사회

다시 보는 일본, 일본인다시 보는 일본, 일본인
김찬훈 지음| 나라아이넷|374쪽|1만8000원
한국와 일본을 오가며 데이터베이스 사업을 하는 김찬훈 사단법인 신규장각 대표가 새로운 일본 사회 분석 책 ‘다시 보는 일본,일본인’을 출간했다. 제목만 봐도 이 책이 전형적인 일본론 부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의 1장 ‘3.11 대지진과 히와마리 프로젝트’를 분해매핑기법으로 손으로 읽었다.
저자는 일본론을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3.11 대지진에서 시작한다. 그는 당시 도쿄에서 사업을 하면서 동시에 도쿄대 박사 학위를 밟고 있었다. 당일 도쿄에서도 진도 5.3 지진이 발생했는데, 저자는 25층 호텔 건물이 좌우로 요동을 치는 가운데 사무실 근처 시민들이 빠르면서도 질서를 지키면서 대피를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저자는 이후 도쿄대학, 미쓰비시지쇼, 히비야가단 등이 중심이 된 ‘히마와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히마와리는 해바라기를 뜻한다. 이때 김대표는 도쿄대 학생신분으로 자연스럽게 이 프로젝트에 동참해 해바라기를 일정 기간 키워, 피해 지역을 찾아가 해바라기를 직접 심고 이재민과 어울렸다.
피해지역 실상은 토종 한국인으로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예를 들어 바닷가에 상하좌우가 뒤집혀 있는 빌딩은 영화적 상상으로도 믿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그는 52명의 학생과 교직원 10명이 모두 생명을 건진 학교의 다락방을 방문했을 때 생존자들이 구조될 때까지 겪었을 공포감에 몸서리를 쳤다.
그는 또 회사나 가족단위로 히마와리 프로젝트에 참여해 더위나 추위에 아랑곳 하지 않고 해바라기 공원을 가꾸면서 희망을 함께 일구는 평범한 일본인의 얼굴을 현장에서 목격했다. 일본 특유의 질서문화를 3.11대지진을 통해 현장에서 더 깊게, 더 생생하게 보면서 조국과 일본의 숙명적 관계를 번갈아가면서 떠올린 듯하다.
▲’다시 보는 일본, 일본인'은 일본에서 사업과 유학 생활을 했던 저자 김찬훈의 균형 감각이 돋보이는 책이다. 손으로 분해 매핑한 모습.

일본을 찾는 외국인들은 누구나, 어디에서든지 일본의 줄서기 문화를 접한다. 점심 시간대에 식당앞에서 줄을 서서 오랫동안 차례를 기다린다. 지하철, 관공서 등 어떤 장소에서도 예외없이 줄을 서고 누구도 불평을 하거나 새치기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저자는 일본 줄서기 문화를 ‘신뢰가 구조화된 모습'이라고 해석한다. 어떤 누구도 순서를 건너 뛰지 않고, 줄을 맞는 곳도 공평하게 순서대로 일을 처리할 것이라는 신뢰가 줄서기 문화에 압축돼 있다는 것이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쓸어가는 쓰나미와 같은 초자연적 힘도 이 줄을 깨지 못했다. 어쩌면 줄서기는 문화 코드를 넘어서 동물적 본능의 경지에 이르렀을 지도 모른다.
1장을 손독서하고 나서 몇 장을 더 읽고 전체 목차를 살폈다. 저자가 일본에서 사업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보고 겪은 체험을 바탕으로 일본의 민주주의를 시작으로 교육,외교,경제,고령화사회,군사대국화 등 11개의 테마를 책에 담았다.
한국의 일본론은 극단적이다. 일본을 다룬 책도 일본을 깎아내리고 일본을 적대시하는 반일론이거나, 일본의 우월성을 높이 사고 상대적으로 한국을 비하하는 친일론이거나 둘 중의 하나다.
김찬훈 대표는 1983년에 대학에 입학, 데이터베이스 사업(나라아이넷)에 뛰어들기 전까지 80년대 사회변혁운동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그는 학생 운동을 하면서 두 차례 감옥생활을 했고, ‘민주열사 박종철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을 15년이나 맡는 등 오랫동안 민주화 운동 현장에 있었다.
이런 경력을 고려하면 전형적인 반일본 진영에 속할 법하다. 그러나 그는 머리말에서 “9년간 일본에서 유학하면서 겪은 일과 최근까지 일본을 오가며 맞닿은 최신 동향을 중심으로 왜 ‘균형잡힌 행동'을 해야하는지, 그 근거가 되는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라면서 균형론을 제시한다.
일본에게 배울 점과 일본을 비하할 점을 통일적으로 파악하려는 자세다. 그런 균형 감각은 한일 양국에서  IT사업을 한 경험과, 도쿄대에서 일본과 북한 교섭 관계를 테마로 박사 학위를 따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 같다. 저자와 동년배 한국인으로서 머리말 중 이 대목에 깊이 공감했다.
“일본의 힘을 느낄 땐 우리의 낮은 수준의 제반 사항에 가슴 아팠고, 일본의 잔인함을 겪을 때엔 조국의 품이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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