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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시인 장석주의 치열한 생존기... 읽는 인간으로 산다는 것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
장석주 지음| 연두 |220쪽|1만4000원
베이비부머는 한국전쟁이 휴전으로 끝난 후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다. 빠르면 60세를 넘겼거나 육박한 나이. 퇴직을 앞둔 상태로 인생의 2막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전쟁의 참혹함을 겪지는 못했지만 ‘경쟁의 혹독함’ 속에 살아온 세대다.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은 베이비부머로 태어난 시인 장석주가 동시대를 지금까지 살아온 혹은 버텨온 ‘동지’들에게 보내는 ‘치유’ 메시지다. 장석주 작가 개인의 슬프고 찬란한 생존의 기억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살아남은’ 다섯 벗의 입을 빌어 베이비부머 세대의 삶을 이야기했다.
‘베이비 부머를 위한 변명' 중 ‘읽는 인간'편을 골라서 손으로 분해하면서 읽었다. 장 시인의 글을 조선비즈 김지수 문화부장을 통해 접했다. 또 조선일보에 기고한 칼럼(장석주의 사물극장)을 가끔 읽었다. 아는 만큼 보이는지,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를 접한 뒤, 장시인이 쓴 ‘파리 예술가들의 대모, 거트루드 스타인 ‘편이 눈에 들어왔다.
책읽기를 통한 연결이 참 흥미롭다. 헤밍웨이를 통해 장석주라는 사람을 인지한 덕분에, 이제 그의 책이 낯설지 않다. 내 삶의 경계에서 전혀 관찰하지 못했던 사람이었다면 그의 칼럼과 책은 영원히 나와 무관한 채 존재했으리라.
‘읽는 인간’을 뜯어 읽어보니, 장시인의 삶을 압축한 요약문같았다. 그는 10대에 고등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모든 것을 자신이 알아서 시간을 사용해야 하는 진공상태를 겪었다. 한동안 방황하다 도서관과 책을 만나 미친 듯이 책에 몰입하면서 ‘읽는 인간'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은 1부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과 2부 ‘베이비부머의 고백' 2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 ‘읽는 인간으로 산다는 것' 편을 분해 매핑했다. 장 시인의 삶을 압축한 요약문 같았다.
10대에 문학 언어를 탐닉하면서 인간과 세상을 배웠고, 20대에는 시를 비롯해 철학 등 고전으로 확장하면서 지식과 인식의 지평을 넓혔다. 그에게 독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국외자 청년의 현실도피수단이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도피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개척을 했던 것 같다.
처음엔 무작정 읽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흐릿한 인식이 더 뚜렷해지고, 상상력이 확장되는 경험을 했다. 마침내 독서로 고승의 참선의 경지에 이르렀다. 심오한 일을 스스로 해내고 있다는 착각을 즐기고 또 즐겼으리라. 또 처음 접하는 지식 세계를 미로 답사하듯이 탐색하고, 두번째, 세번째 읽을 때는 자신이 쌓은 지식과 정신 세계를 연결해 ‘방향성을 지닌 탐구 독서'법을 개발했다.
장시인은 마침내 출판사를 차려 새로운 언어를 만드는 일을 시작했고, 세속적 시각에서 빌딩을 살 정도로 꽤 성공을 거뒀다. 그러다 마광수교수의 ‘즐거운 사라'를 출간하면서 검찰수사와 감옥생활이라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과 맞닥뜨렸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그 사건은 장시인을 다시 읽는 인간으로 되돌렸다. 서울을 떠나 경기도 안성에 집을 짓고 읽고 쓰는 전업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매일 8시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루틴을 갖고 있다. 그의 표현대로 ‘읽는 뇌’가 ‘쓰는 뇌’로 진화했다. 지금까지 100여권의 책을 썼다고 하니 읽고 쓰는 전업 작가로서 성취가 대단하다. 책을 읽으면서 장시인의 안성집 서재를 한번 구경했으면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마도 그곳은 그에게 도를 닦는 도장이나, 지혜의 스승을 늘 만나는 학교이자, 그의 지적 활동을 쌓아가는 아카이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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